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소통을 위한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키로 했다. 또 청와대 내에는 정책조정수석이 주재하는 별도의 정책점검회의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선 백지화, 소득세법과 주민세ㆍ자동차세 인상 파문 등으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책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긴급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최근 정책 혼선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40%를 웃돌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사흘이 멀다하고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책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니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민심의 반영이다. 더 이상 방치되면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동안의 정책 난맥상은 협의기구가 없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정부 내에는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비롯한 각종 협의체가 여러 개 구성돼 있다.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만 해도 그 기능이 이번에 새로 만든 것들과 비슷하다. 기존의 협의체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작동했다면 이런 국정혼선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지금처럼 일방통행식이라면 정책협의회가 아니라 더 위상이 높은 협의체를 만들어도 아무 소용없다.
정책협의회가 의도한 역할을 수행하고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결국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정책점검 회의를 매달 두 세번 열고, 다른 정책 협의체와도 양방향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관계자들이 자주 만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더 우선돼야 할 것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생각의 변화다. 과거와 같은 불통과 일방통행 국정운영이라면 정책조정협의회 역시 다른 협의체와 마찬가지로 있으나마나 한 군살조직에 불과할 뿐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야말로 태산이다. 공무원연금 등 개혁 과제가 첩첩이고, 수렁에 빠진 경제도 살려야 한다. 여당 대표조차 독대가 힘든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하나의 과제도 제대로 완성하기 어렵다.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들 역시 제 목소리 내기에 주저해선 안된다. 불통정권 책임의 절반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