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증세없는 복지’ 재검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복지수요를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취임 일성으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권 지도부가 ‘박근혜 표’ 복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여당내 투 톱의 비판은 박근혜 정부의 눈가리고 아옹식의 복지와 증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자 반성으로 볼 수 있다. 현정부에서 추진해 온 담뱃세에 이은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및 지방 재정 개혁은 사실상 증세다. 근로자들의 비과세 감면을 줄인 것도 세금을 늘린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애써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30%대마저 무너져 내린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도 따지고 보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서민들은 허리가 휠 정도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데 증세가 아니라니 정책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복지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당당히 국민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세금을 올려 적정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국민들도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당장 인기와 표가 떨어진다고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 논의에 앞서 필요한 건 복지 구조조정이다. 지금과 같은 방만한 복지 지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수결손이 계속된다면 국가재정이 거덜나는 건 시간문제다. 올해 정부예산 375조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전체의 30%를 웃도는 115조원 규모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간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향후 복지예산은 초스피드로 불어날 게 자명하다. 이에 반해 국가재정은 이미 멍들어 가고 있다. 세수결손규모가 지난 2012년 8조5000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11조1000억원대로 늘어나는 등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겪었던 것처럼 한국도 2033년께에는 국가 재정이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보고서를 뼈속 깊이 새겨야 한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도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질서있는 증세 논의에 적극 협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