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대전ㆍ충남간 첨예한 지역 갈등을 노정했던 호남고속철도(KTX) 경유 노선 문제가 장고 끝에 타협점을 찾아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호남KTX의 모든 열차는 서대전을 거치지 않키로 했다. 다만 그동안 기존 호남KTX를 이용하던 대전ㆍ충남권역 주민 편의를 위해 서대전을 거쳐 익산까지 가는 별도의 KTX를 운행한다는 보완대책도 내놓았다.
국토부 발표 내용은 얼핏 갈등을 겪었던 두 지역 모두 만족시키는 절묘한 중재안처럼 보인다. 실제 서대전을 경유하지 않음에 따라 호남KTX는 수도권과 호남권을 빠르게 연결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건설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게 됐다. 용산역 기점으로 광주까지 서대전으로 돌아가면 2시간 18분이 걸리지만 직행할 경우 1시간 33분으로 줄어든다. 대전ㆍ충남지역 주민들 역시 더 이상 불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당초 계획에 포함됐던 서대전ㆍ계룡ㆍ논산을 지나가는 18편을 따로 운행키했으니 이용 승객 입장에선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중재안은 결국 정치적 판단의 산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애초 코레일은 새로운 호남KTX 개통에 따라 운행 횟수를 기존보다 20편 늘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는 서대전을 통과하는 18편도 포함돼 있다. 직통 노선 위주로 운영하면서 일부는 서대전을 지나가도록 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용객 숫자와 일부 지역 주민의 편의 등을 고려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선 최종 확정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비화되자 국토부가 두 지역 모두 마족하는 방안을 찾게됐고, 이런 어정쩡한 중재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 바람에 증편 횟수가 늘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만 부담이 더 커졌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감안한 중재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현재 운행중인 경부고속철의 경우 밀양을 지나는 노선은 곧바로 부산으로 가는 것보다 30분 이상 더 걸린다. 그래서 이 노선 승객은 요금을 20% 가량 할인해준다. 바쁘지 않은 이용자는 조금 돌아가는 대신 싼 요금을 내면 된다. 이런 방식을 호남KTX에도 준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더욱이 서대전에서 광주쪽으로 가는 이용객은 중간에 익산에서 갈아타는 불편도 덜 수 있다. 시간 단축이라는 고속철의 기본 기능과 이용 주민의 편의를 고려하는 합리적 해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덜렁 정치적 판단을 해 버린 것이다. 사소한 문제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들고, 이로 인한 사회 갈등의 확산도 따지고 보면 정부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