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무상보육 재원문제와 연말정산 조세저항으로 촉발된 복지ㆍ증세 논란에 여야 지도자까지 가세했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증세에 대해 “국민에게 할 소리냐,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격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경제 활성화가 되면 세수가 자연히 더 많이 늘어나게 되는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는 게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며 증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후 처음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법인세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재원을 마련하겠다” 고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들린다. 두 사람 모두 2012년 대선 후보때로 돌아간 듯하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 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증세를 링거주사에 비유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법인세 인상으로는 세수증대 효과가 없을 뿐더러 되레 기업경영과 경제활력을 위축시킨 게 우리의 경험칙이다. 법인세율과 세수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법인세수는 법인세율 인하 다음해인 2009년에는 2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가량 줄었지만 2010년, 2011년에는 각각 38조원, 40조3000억원으로 세율 인하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세수는 경제성장이 관건이다. 성장률 1% 증가에 세수는 2조 원 정도 늘어나고 일자리는 6만∼7만 개가 창출돼 실업급여 등 복지수요가 감소한다. 경제살리기가 근본적 증세 및 복지 대책이라는 박 대통령의 신념은 그래서 옳다.
그러나 복지ㆍ증세 논란의 핵심은 성장률은 하락해 세수는 줄어드는데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현재 3% 초반대 성장률은 2020년대 2%, 2030년대 1%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성장률은 하락하는데 복지지출은 증가해 재정적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국가채무는 작년 515조 원에서 2030년 1950조 원으로 급증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37%에서 5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율이 60% 정도면 국가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대안은 추락하고 있는 성장률을 반등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의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복지제도를 줄이는 선별적 복지가 불가피하다. 복지 구조조정으로도 미흡하면 세율은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세원은 넓혀 재원을 확보하는 국민개세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복지수요와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도모하는 정도일 것이다.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진영논리에 갇힌 증세 공방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복지를 구현할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