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안을 다녀왔다. 처조카 사위가 조그만 초밥 집을 냈는데 축하 인사차 들른다, 들른다 하다가 결국 해를 넘겨 다녀 온 것이다.
아직 젊은 요리사인데 직장 생활을 여기저기 하다가 정말 조그맣게 가게를 냈다.
그런데 가게가 작다고는 하나 손님이 계속 밀려들어서 미처 다 받지 못하고 돌려보낼 정도로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신선한 재료를 쓰기 위해서 매일 새벽 4시에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녀온다 하고, 초밥을 만들 때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드는 걸 보니, 손님이 많은 게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손님이 갈 때 어찌나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까지 허리를 90도로 굽혀가며 인사하느냐는 말에 그가 한 대답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말인즉 ‘우리 가게에 다녀가는 손님들은 전부 이 가게 사장님이시니 제가 공손하게 대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건물 사장을 뜻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한 건물에 무슨 사장이 그리 많으랴! 그게 아니라 자기가 돈 벌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분들이 바로 손님들이니 자기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자기에게 월급을 주는 사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깍듯이 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요즘 사리 분별없는 ’갑(甲)‘들의 몰상식한 갑질에 대한 비판이 한참이지만, 어찌 보면 초점이 빗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가 갑인가? 회장이고 사장이면 무조건 다 갑인가? 그들이 누가 벌어다 준 돈으로 회장이 되고 사장이 되었는가? 누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가?
직장인들이여!! 그대들이야말로 회사에 돈 벌어다 주는 진정한 갑이다. 이 땅에 수많은 미생이 없다면 과연 누가 회장이 되고 누가 사장이 될 수 있는가? 정작 내려야 할 사람이 ‘너 내려!’라고 한다 해서 우리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자.
가슴을 펴고 힘을 내자!
김용전 (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