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안전 의식 부재’라는 고질병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발 아래는 지뢰밭처럼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여전한 안전 불감증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데도 그 교훈은 벌써 잊은 듯하다. 얼마나 더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이 고질병이 치유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는 가히 안전 결핍증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운전자, 도로관리업체, 교통ㆍ기상당국 모두 안전은 나와 무관한 일이었다. 우선 운전자들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불과 10여m 남짓한 상황에서도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한다. 눈,비 등으로 기상이 악화되면 속도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앞 차와의 간격을 넓혀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건 법규 이전에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최소한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도로 관리업체는 최대 가해자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울 도심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민자(民資)로 건설돼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보다 몇 배 더 비싸다. 그러나 통행료 수입에만 열을 올릴 뿐 안전관리는 무관심을 넘어 무지한 수준이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영종대교는 평소에도 해무가 수시로 밀려들어 치밀한 안전대책이 요구되는 곳이다. 안개는 비나 눈에 비해 훨씬 사고 위험이 높고, 실제 이 곳은 29중 추돌 등 사고도 많았다. 그런데도 안개 농도 정도에 따른 속도와 통행 제한 등의 안전 대책은 전무했다. 사고 직후 차량 진입만 막았어도 피해는 한결 줄어들었을 것이다. 교통과 기상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위험지역의 도로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법규를 강화하는 것은 교통당국의 몫이다. 특히 기상 상황에 따른 속도 규제와 운행 통제 등이 수시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민간에 맡길 일이 아니다. 영종대교같은 위험지역에 대한 국지적 기상 특보 역시 시스템화 할 필요가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면서도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바닥 수준의 안전의식과 무관치 않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국민 각자가 안전을 몸의 일부처럼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 유치원에서 원아들에게 가르치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잘 지켜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언제까지 지긋지긋한 인재(人災) 타령을 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