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6일 가까스로 국회 인준절차를 통과해 박근혜 정부의 2대 총리에 올랐다. 본회의 표결이 한차례 연기되는 진통 끝에 이 총리는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찬성률 52.7%를 기록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치러진 총리 인선 투표 가운데 이한동 총리(51.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총리가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였다면 언론 검증 단계에서 드러난 숱한 흠결로 벌써 낙마했을 것이다. 안대희ㆍ문창극에 이어 세 번째 총리 후보자 마저 탈락하면 장기화될 국정 공백에 대한 부담, 심상찮은 충청권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제1야당의 의중 등이 이 총리에게 기사회생의 여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총리 후보자 사전 검증에 허술했던 청와대나 제기된 의혹 소명에 실패한 이 총리 모두 깊이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여야가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를 놓고 파행을 빚는 구태에서 벗어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인준에 반대했던 새정치연합은 막판까지 표결 참여여부를 놓고 논란을 거듭했으나 결국 자유투표로 임했다. 지난 12일 본회의 단독표결 강행을 자제한 새누리당은 의회주의 원칙과 절차를 지키면서 총리 인준안을 가결시키는 성과를 도출했다. 설 명절 연휴 시작 전에 여야가 볼썽사나운 대치국면을 연출하지 않은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성 및 자질 논란으로 ‘반쪽 총리’ 딱지를 떼지못한 채 국정에 임하게된 만큼 남다른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오랜 관료생활과 도지사 경험 등을 통해 쌓은 풍부한 행정경험을 발휘해 내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회생과 각종 개혁조치의 성과에 목말라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성패는 그 상당부분이 행정부의 정책집행 기능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책임총리를 관철하는 것으로 자신의 발탁이유를 증명하고 국민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이 총리는 총리 후보에 내정되면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총리의 본업은 아니다. 총리는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알고 수행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총리에게 어떤 일을 맡으라고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으로선 이 총리가 여당 원내대표 때 야당과의 소통을 원만하게 이끈 점을 높이 사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이 됐든, 수도권규제완화가 됐든, 노동시장 구조조정이 됐든 이 총리가 총대를 메고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리 인준으로 이제 국민의 눈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 및 정부 후속인사에 쏠리게 됐다. 이완구 총리 카드가 국민의 마음에 부합하지 못한 만큼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인사는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수첩인사와 폐쇄적 국정운영 논란이 다시 재연되면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 동력은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이완구 내각의 성공 여부도 박 대통령의 후속인사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