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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조문술]살가운 소통, 과감한 개방의 원년이 되길…
곧 설, 을미년의 또다른 시작이다. 잘은 모르지만 다 먹고 사는 문제이니 경제 얘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올해가 갈림길이라고들 한다. 유럽, 일본의 압박과 중국의 추격은 올해 언제쯤 그 방향성이 뚜렷이 확인될 듯 하다. 하지만 내수침체는 그 종착점을 알기 어렵다. 저유가 마저도 우리의 우호적인 수출시장들을 빼앗고 있다. 기대했던 원가절감 효과는 산유국들의 발주가 줄면서 상쇄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체절명. 성장이냐 정체냐,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만 남은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런 가운데 갈등으로 한 해를 열겠다는 선전포고가 정치권에서 벌써 나왔다. 여전히 피터지는 투쟁과 획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덩달아 노동, 복지, 시민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촉발시킬 개연성도 있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과 빈곤의 확대는 그 자양분이다. 인사와 정책의 방향을 놓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적절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 갈등을 일으켜 득세하는 무리는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갈등관리가 올해 최대 국정과제가 돼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소통은 갈등을 해소하는 일차적 수단이다. 화해니 타협이니 하는 것도 소통에서 발생한다.

소통은 서로의 생각을 풀어놓고 접점을 탐색하는 단순한 행위다. 행위는 이처럼 단순하지만 효과는 복합다양하게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 소통이 늘어날수록, 개방이 확대될수록 갈등은 감소한다.

리더의 권위도 활발한 소통에서 나온다. 살가운 소통이 권위로 확장된 예는 굳이 역사책을 뒤적이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소통을 잘 하는 리더일수록 권위는 더 커진다. 지지영역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닫힌 진영에서는 결코 소통이 일어나지도 않고, 개방도 거부된다. 지지층은 더욱 좁혀진다. 무엇이 나도 모르게 결정돼버린 듯한 사회로는 가망이 없는 탓이다.

어느 쪽이 멸망에 이르기 쉬운 길인가는 의심해볼 필요조차 없다. 철옹성을 공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철옹성은 특정 방어목적이기에 그 규모가 크지 않은 것들이다. 자급자족 능력이 없는 한시적인 요새일 따름이다. 따라서 피흘려 공략할 필요도 없이 포위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힘을 극대화하려면 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이면 된다. 문호를 적극 개방해 인재를 받아들여야 외부에 대항하는 에너지는 더 커진다. 살가운 소통이 그 바탕이다.

위험에 대비한다고 철옹성을 쌓는 일은 부질없는 노력일 뿐이다. 북한이 그런 예다.

을미년, 120년 전의 치욕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엔 우리끼리의 갈등이 불러들인 참화였다. 그런 기시감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착잡해진다.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그다음 소통하며 마음을 여는 자세가 을미년 올해 우리의 리더들에게 바라는 바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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