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춘추시대 가장 오랜 기간 패권(覇權)을 가졌던 진(晋)은 말기 유력 지(知), 조(趙), 한(韓), 위(魏) 네 곳의 귀족가문으로 쪼개진다. 이들 가운데 가장 세력이 컸던 곳은 지 씨다. 하지만 결국 지 씨는 조ㆍ한ㆍ위의 삼가(三家聯合)에 멸망한다. 지 씨의 마지막 우두머리가 지요(知瑤)이다. 그런데 지요가 차남 임에도 장남이었던 형을 제치고 아버지인 지갑(知甲)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될 때 반대한 이가 있었다. 역시 지씨 일족으로 지과(知果)라는 사람이다. 그는 지백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예언했다.
“외모가 출중하고, 무예가 뛰어나며, 여러 잡기에 능하며 과감한 결단성과 교묘한 지혜까지 다섯 가지 장점을 갖춰 많을 사람을 거느리겠지만,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한 가지 결점 탓에 세상의 지탄을 받을 것 입이다. 지요가 대(代)를 잇는다면 우리 일족은 반드시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지과의 간언은 묵살됐고, 가문의 수장이 된 지요는 다른 가문의 땅을 무리해서 빼앗으려다 죽임을 당한다. 지 씨 일족도 멸망한다. 생존자는 일찌감치 보(輔) 씨로 성을 바꾼 지과 뿐이었다.
장점이 많으면 그만큼 모든 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장점에 가려 단점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여러 장점으로 이룬 일이 단 하나의 단점으로 낭패한 경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낭패를 유발하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고질적인 게 지나친 욕심이다.
욕심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의지(意志)나 집념(執念)의 형태면 괜찮지만, 탐욕(貪慾)이나 집착(執着)까지 변질되면 문제가 된다. 차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세력이 크면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깔보게 된다. 지요도 큰 세력을 믿고 나머지 다른 가문의 수장들을 함부로 대했다. 이는 결국 다른 가문들이 연합해 지 씨에 대항할 빌미가 된다.
삼성과 LG의 소송전이 치열하다. 다툴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최근 양측 모두 감정이 다소 격해진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대 라이벌인 애플과의 소송전도 일단락 지은 삼성이다.
‘인화’로 유명한 LG다.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두 그룹이 가전과 휴대폰 외에는 직접 경쟁하는 부문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산업간 융복합 추세로 인해 소재와 에너지 부문 등으로 경쟁 부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LG 모두 기술력과 제품력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점이 많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지와 집념이라면 괜찮겠지만, 상대를 밟고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탐욕이나 집착을 자제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화식은 전리품이 아니라 극기(克己)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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