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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인기영합 정치의 표본이 된 저가담배 논란
설 연휴 직전 불거진 저가(低價) 담배 파문이 여ㆍ야 정치권 해명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에 대한 비난과 함께 서민과 노인층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담뱃값이 오르니 서민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값 싼 담배 도입을 검토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당장 추진할 일은 아니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설 연휴 민심잡기용으로 내놓은 발언이 파장이 확산되자 발을 빼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질 담배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설 연휴 내내 서민들의 경제적 비애를 자극 하는 등 깊이 파인 상처는 쉽게 아물 것같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저가 담배는 일반담배보다 독성물질인 타르의 함량이 많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저품질의 담배잎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폐암 유발 등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저질 담배를 피워야 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자극하는 치명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난 연말 담뱃값 2000원 인상시 증세가 아닌 국민 건강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저가 담배 발언은 담뱃값 인상 논리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새누리당을 비난할 처지가 못된다. 전병헌 최고위원이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가 되고 있어 봉초담배(말아 피우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동조한 것은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담뱃값 인상을 결정할 때 국민건강을 내세워 반대 조차 없었던 게 야당이다. 그러다 이제와서 봉초담배 감세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다.

보건당국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담뱃값이 인상된지 두달도 안된 상황에서 정치권의 저가 담배나 봉초담배 감면 등의 발언이 자칫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금연정책과 정면 배치될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담뱃값 인상 후 15만명이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금연분위기가 모처럼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즉흥적 포퓰리즘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어’다르고 ‘아’다른 법이다. 말 한마디에도 평소의 정서가 담긴 만큼 늘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민과 노인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여론 떠보기식 저가담배 발언은 애초에 내놓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책 불신이 깊을대로 깊어진 상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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