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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두번은 오지않는 요우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처음이 전부는 아니다. 중간도, 마무리도 중요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것도 소중하다. 바로 춘절기간 한국 유통가를 휩쓸고 간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얘기다.

처음은 좋았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만 10만여명.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명동과 강남 가로수길 그리고 신촌. 제주도까지 점령했다. 어느 젊은 부부는 강남의 한 명품 주얼리 매장에서 수 천만원짜리 시계를 사는데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고 양손 가득 쇼핑한 물품을 들면서도 매장 곳곳을 누비며 고가의 명품들을 싹쓸이 했다. 설 대목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본 유통가로서는 새로운 활력소였다. 유통가 미래 신성장동력의 해답을 ‘요우커’에서 찾은 분위기마저 보였다. 


하지만 중간과 마무리는 처음과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들뜬 기분으로 한국을 찾은 일부 요우커들은 돌아갈땐 실망감과 불쾌감을 안고 돌아갔다. 요우커를 위한 국내 관광서비스가 그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실제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중 3명 중 2명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지않다고 했다.

우리 관광산업이 ‘한국에 관광 와서 무조건 돈만 쓰게 한다’는 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한 원인이다. 요우커들을 스쳐가는 봉(?)으로 생각하는 일부 유통, 관광업계에서는 볼거리 위주보다는 과도한 쇼핑만을 강요한다. 그들은 서로 연합(?)해 볼거리 하나없이 쇼핑위주로만 여행일정을 짠다. 또 일부에선 쇼핑만을 위해 여행사가 돈을 주고 요우커를 한국에 데려오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찾은 한 요우커는 “면세점만 돌다 돌아간다”고 푸념했다.

미흡한 숙박시설도 문제다. 서울 시내 곳곳에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있지만 요우커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요우커들은 단지 예전처럼 돈만 쓰고 가는 ‘봉’이 아니다. 그들도 이젠 스마트해지고 있다.

솔직히 요우커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다는 가정은 겁이 나는 일이다. 그들이 일본 관광객처럼 돌연 발길을 끊는다면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내수시장은 휘청일 게 뻔하다. 요우커에게 ‘다시 오고 싶은 한국’으로 만들기 위해선 관광상품 개발과 관광서비스의 질 향상이 급선무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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