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3년째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승인 결정을 두 차례 미루고 27일 열린 전체회의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다 날짜가 하루 넘어가는 마라톤 심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표결 과정에서 반대 측 위원 2명이 퇴장하고 정부·여당 추천으로 위촉된 7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어서 여진이 우려되는 국면이다. 당장 경주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지역민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할 정치권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원안위 최종 심의 이틀전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올려놓으려 한다”며 반대를 외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심의 하루 전 국회에서 열린 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파악해 보니 부산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해 정부가 원전 폐로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전했다. 여야 대표가 안전성 검증이 요체인 원전 재가동 사안을 정치적 쟁점화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선 꼴이다.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에 5년이나 걸린 것은 2011년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결정적 원인이지만 정치권의 여론 눈치 보기도 한 몫을 했다. ‘원전은 무조건 환경의 적’ 이라는 오도된 여론이나 경직된 원칙론에 휘둘리게 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사라지고 소모적 논란만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 원안위가 경주 주민과 환경단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가동 결정을 내린 것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기준에 따라 2중, 3중의 안전 장치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인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도 거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국제적으로 우수한 사례’라는 평가도 받았다. 설비 교체 및 개보수에 7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만약 원안위가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면 700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갈 뻔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당국은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존하는 가장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원’ 이라는 장점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지역주민에게 약속한 인센티브를 충실히 이행하고 ‘상생 패러다임’의 새 이정표를 만드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