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심야 담판을 벌여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의 세부사항에 합의하고 3일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안 대로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키로 했다. 다만 이 법이 적용되는 공직자 등 가족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키로 합의했다. 막판 쟁점이었던 법 적용 대상의 공직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경우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체를 국민권익위에서 법원으로 바꿨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종료 하루 전 극적 합의로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이로써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보고한 지 3년9개월 만에 입법화의 길이 열렸다. 이 법은 ‘벤츠 여검사’처럼 공직자가 거액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는 현행 형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됐다. 그런데 정작 정부에서 소극적이었고 우여곡절끝에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된 안이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논의마저 지지부진했다. 상황의 반전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로 ‘관피아’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면서 시작됐다. 결국 원안에 없던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한 수정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에게 1인당 3만원을 넘는 식사를 대접할 경우 대부분 불법이 된다. 명절 선물과 음주, 골프 접대 등이 사라져 국민 상당 수가 종사하는 자영업자와 농수산 등 1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법 8조3항은 공직자가 돈이나 접대를 받더라도 ‘사교나 의례’에 해당하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구분이 모호해 더욱 음지로 숨어들 공산이 크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제정되는 법에 언론인을 한 묶음으로 끼워넣은 것은 분명 과잉입법이다. 사립학교 교원이야 국공립학교에 준하는 신분과 지위를 보장받고 있어 공직자 범주에 넣는다고 쳐도 세금으로 월급받지 않는 민간 영역의 언론인을 KBS와 같은 공영방송 언론인과 동일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공공성만을 이유로 적용을 확대하려면 의사나 변호사도 포함돼야 한다.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민간 방산업체도 빠질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로 위헌논란을 낳을 수 밖에 없는 입법이라는 얘기다.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는 우리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지수를 높이는 데 획기적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잉입법과 위헌 시비를 털고 가지 않으면 당초 취지가 퇴색된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은 자칫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