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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디플레가 코 앞인데 아직도 강건너 불 구경인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상황인식이 우려스럽다. 최 부총리는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강연에서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 하락)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며 “고도 성장기는 다시 오지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이 없으면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도 했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국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딴 나라의 일처럼 여기던 디플레이션이 당장 현실로 다가왔음을 사실상 첫 인정한 것이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고백은 박근혜정부 2년 동안 추진해 온 경제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정책 전반을 재 점검하고 보완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경제가 더 고꾸라지기 전에 미국이 시행했던 양적완화 같은 파격적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이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서 그 부담은 기업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정작 대책을 내놓아야 할 기획재정부는 최 부총리 발언에 대해 “저물가가 장기화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해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곳곳에서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소비 위축이 심화되고 믿었던 수출은 확연히 둔화되는 추세다. 단기 변수인 저유가를 제외하더라도 최근의 저물가 현상은 심각하다. 디플레이션이 걱정되는 것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미뤄져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경기가 활력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악몽을 겪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처지가 됐다.

지금은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보다 강하고 치밀한 정책을 내놓고 모든 경제 주체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이다.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내놓은 노동ㆍ공공ㆍ금융ㆍ교육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을 조기에 마무리해 경제활력을 찾아야 한다. 어느 때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무엇보다 국민과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조기에 개혁을 실현하는 게 급선무다. 확장적 거시정책과 맞춤형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백방으로 뛰어 하루라도 앞당겨 실행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병행 추진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이 협조도 필요하다. 모두가 운동화끈을 다시 매고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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