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농협 안성교육원 교수)올 해는 UN에서 지정한 ‘세계 흙의 해’이다. 흙의 가치를 알리고 심화되고 있는 흙의 위기에 경종을 주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도 흙의 보전과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3월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했다.
흙은 공기, 물처럼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처럼 흙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삶의 터전이다. 인류의 먹거리 대부분을 공급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제공한다.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위한 공익적ㆍ환경적 가치도 중요하다.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각종 쓰레기를 분해ㆍ정화하고 홍수나 가뭄 등을 예방한다. 또한 화장품, 섬유, 건축자재 등 여러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경제적 가치도 크다.
오늘날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빌딩 속에서 일하고 있다. 바쁘게 생활하면서 하루 종일 흙을 만지거나 밟지 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흙을 자신과 관계없는 대상으로 무관심해지거나 공기처럼 무한한 자원으로 착각하여 홀대하기 쉽다. ‘땅 값’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자산으로의 가치만 부각되고 흙의 소중한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각종 생활 쓰레기, 산업 폐기물 및 이로 인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그리고 과다한 농약, 화학비료 살포 등으로 흙의 생명력이 상실되고 있다. 흙이 급속도로 오염되면서 인류의 삶에도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농작물 생산이 불가능한 면적이 증가하고 오염된 토양에서 카드뮴ㆍ니켈 등 중금속에 오염된 농산물이 생산된다. 이를 음식으로 섭취하여 신체에 해를 끼치는 2차 피해에 대한 위험도 크다. 식량생산 위기를 악화시키고 식품의 안전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정부 조사결과 전국토의 16%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국 생산 농산물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특히 봄철 우리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황사현상도 결국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산림개발에 따른 토양의 사막화 과정이 주요 원인이다.
바위가 부서져 흙 1cm가 생성되는데 약 2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흙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원상회복하기 어렵다. 흙은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다. 흙이 없어지면 인류의 생존 기반이 사라지고 식량을 제공하는 농업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흙을 건강하게 지키고 생명력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와 후손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두의 책임이다. 인류 문명이 흙과 함께 시작되고 발전해 온 역사를 기억하자.
우리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흙이 온전하게 보전되고 관리돼야 한다. 건강한 흙을 위해 토지환경 보호와 오염 정화를 위한 정책 추진과 투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흙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일회용품 사용 억제 등 국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생활 속 실천도 요구된다. 관행 화학농업 대신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친환경 농업의 확대와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흙의 날’ 을 맞아 우리 모두 ‘흙속의 다른 진주’가 아닌 흙 본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