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살리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근로자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면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임금근로자의 지갑을 채워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30조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붓고, 금리도 두 차례에 걸쳐 0.5% 포인트 내렸지만 내수 경기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는 임금상승→소비→기업의 투자확대→고용 창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근로자 몫인 임금 분배율을 높여야 유효 수요가 늘어나고 경제도 성장한다는 논리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적자 면하기도 어려운데 웬 임금 인상이냐며 벌써부터 울상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임금 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성장 엔진 자체가 꺼질 수 있다는 항변이다. 얼마 전까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추가 고용 여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니 헷갈린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칫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지난해 아파트 경비원의 대거 실직위기가 잘 말해준다. 지금 정치권이 추진하는 소득 증대 정책은 그 아름다운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 분배를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임과 저임 근로자의 소득 양극화만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소득 취약 계층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야 정책의 부작용 없이 성과를 낼 수 있다. 임금 인상 재원을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로 이끌어내면 기업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이들의 실질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전체 소득 중에서 소비에 쓰이는 비율(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비정규직과 청년층(대졸 취업자의 40%가 비정규직)의 소득을 높여주면 내수 살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타깃을 비정규직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해법을 찾고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이런 방향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