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공직자의 부패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본회의에서 92.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것은 부패지수 OECD 최하권이라는 오명을 벗고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국민적 열망이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 18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 식사 등을 제공받은 공직자등은 대가성,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100만원 미만이라면 과태료 처분이지만, 이때도 대가성이 있으면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된다. 비교입법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반부패 특수목적 입법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시대적 과제는 이 법을 제대로 시행해서 부정부패 없는 공정사회를 이루고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과정의 졸속이나 법리검토의 미흡으로 인해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부정청탁 개념의 불명확성이나 불고지죄 등을 내세운 위헌성 시비도 있고, 공직자 외에 적용대상의 지나친 확대로 인한 과잉입법의 지적도 있다. 이를 재개정을 염두에 둔 정치적 셈법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보인다. 여하튼 법리적 문제가 확인된다면 개선하면 될 것이다.
우리사회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사·사정기관에 의한 제대로 된 법집행이다. 본법 시행에 따른 검찰공화국의 강화나 경찰국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는 무소불위 검찰권 하에서 표적수사나 제식구 감싸기, 봐주기식 수사 등의 불공정한 수사에 따른 폐해를 절실히 체감한 우리로선 당연한 우려다. 정치권력의 악용이나 마구잡이식 수사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이러한 권한남용을 막고 공평·공정한 수사를 담보하는 해법은 수사독립성이 보장된 특별수사처를 신설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독자적 수사권을 보장하되 현재의 검찰과 달리 기소권은 없는 조직을 말한다. 왜냐하면 그간 검찰의 권한남용 문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검찰에만 독점시킨 한국적 특수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수사는 기소로 통제하고, 기소는 재판으로 통제하는 것이 세계보편의 사법구조다. 과잉수사나 불법수사에 대한 통제·감시를 검찰이 하고, 부당한 기소나 위법증거에 의한 기소를 법원의 재판에서 걸러내는 구조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은 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시급히 실천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종래 정치권에서 논의되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안은 기소권까지 부여한다는 점에서 필자의 주장과 구별된다. 이래서는 제2의 검찰이나 검찰 2중대를 만드는 것에 다름없다. 독점된 권력은 남용될 수밖에 없으며 분권과 견제가 해법이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사관의 신분보장과 내부청렴도 유지도 중요하다. 충분한 보수와 대우를 해주고, 처장을 제외한 수사관을 단일 직급제로 하여 관료제 승진에 목메지 않게 하고, 임기제로 하는 방안도 합리적일 수 있다. 각국 부패수사기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모쪼록 어렵게 첫발을 내딛는 개혁법이 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