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을 올려 내수를 촉진해야 해야 한다고 기업에 주문하자, 재계는 임금인상과 내수진작은 별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기업과 자영업자를 더욱 어렵게 내모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맞선다.
논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올들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자 최 부총리가 걱정을 쏟아내며 임금인상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하고, 과도한 임금상승은 경쟁력을 저해한다며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내수진작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분석자료를 배포하며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부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9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을 방문해 “투자가 회복되고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돼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재차 재계를 압박했다. 10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적정수준의 임금인상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키는 등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유효수요 창출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출 것을 주문했다.
물론 임금 수준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밀한 분석과 정책적 뒷받침이 없는 발언은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반(反)기업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다. 포퓰리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임금인상이 갖는 유효수요 창출 등 경제활성화의 순기능을 외면하고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려는 재계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갈등은 소득 없이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민들은 정부와 재계가 경제난 극복과 민생 살리기에 힘을 합칠 것을 바라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강호상 교수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분위기를 잡으면 심리가 살아나고 경제도 쉽게 움직이는 속성을 가진 나라”라며 “정부와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기업의 협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3일 경제장관과 경제5단체장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와 재계가 최근의 갈등을 수습하고 경제활성화에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되겠지만, 이런 형식보다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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