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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형곤]소통,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다
전용기내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간만이지만 반가웠다. 중동 4개국 순방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듯한 이 모습, 꼭 봤으면 했던 장면이다.

올들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화두중 하나는 ‘소통’이다. 청와대 인사개편도 소통에 방점이 찍혔다.

소통이 안되 추진동력이 떨어지거나 쌓아올린 성과마저도 국민이 몰라준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박 대통령 스스로도 소통 강화를 위한 행보를 밟고 있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 앞서 티타임을 갖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먼저 드는 마음은 안타까움이다. 청와대는 비서진과의 티타임을 소통의 현장이라며 애써 의미부여하지만, 이를 접한 이명박정부 시절 각료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우린 그런거 매번 했는데…”다.

안타까움을 넘어 놀라운 대목도 있다. 연말정산 파동 등 일련의 불통식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의 결과물인 당정청협의회와 고위당정청이 현 정부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건 이 회의가 두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집권 3년차에서야 나온다는 것은 ‘비록 늦었지만 잘한 일’이 아닌 그저 아쉬운 부분일 뿐이다. 소통의 ‘골든타임’이 지난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나는 역대 각료의 예를 잠깐 들어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전윤철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작은 일화를 꺼냈다. 비서실장이지만 골프 만큼은 쳐야겠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세번이나 솔직하게 보고를 드렸다고 한다. 공직자와 골프의 관계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만큼 두 사람간의 소통은 허심탄회했다고 볼 수 있다.

윤증현 전 금융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회의에서 환율문제로 작은 입씨름(?)을 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환율에 대한 궁금증이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자 윤 전 위원장은 자세한 설명을 드리다가 나중에는 (대통령께서는) 환율에 대해 그렇게까지 시시콜콜하게 다 아실 필요는 없다는 어조로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그럼 위원장은 아느냐고 물었고, 윤 위원장은 다소 능청스럽게 저도 모든걸 알 순 없고 후배들이 알아서 잘 챙긴다고 답하면서 자칫 경직될 뻔한 회의석상이 웃으며 끝났다는 후문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아 그게 아니고예”라며 흥분하면 나타나는 특유의 얼굴 홍조와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더듬는 말투로 제동을 걸곤 했다고 한다.

소통은 아래에서부터 비롯되는게 아니다. 위에서 마음을 열거나 다가가지 않는다면, 소통이 아닌 지시와 보고 수준에 불과해진다.

대통령이 “그건 제가 알고요”, “제가 정리하께요” 행여 이런 식의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맘 먹고 들어간 장관들은 보릿자루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새 총리와 비서실장 등 바뀐 인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비록 연출이라 하더라도 시원한 소통의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한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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