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 100일을 넘겼다. 지난해 11월21일 이후 신ㆍ구간(新ㆍ舊刊) 도서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 시행 결과, 비교적 안정화돼 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출판사들은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당초 우려한 것보다는 덜하다는 자평이다. 시행 이후 무엇보다 시장을 어지럽힌 무분별한 할인에 따른 시장 왜곡이 줄어든 게 눈에 띈다. 시행 전, 구간(舊刊)이 베스트셀러의 90%를 장악했던 현상이 역전돼 신간 서적이 서점의 얼굴 노릇을 하며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는 등 정상화됐다. 책값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시행 이전과 비교해 책 평균 정가가 4.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간에 대해 출판사가 다시 정한 재정가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대형서점의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도서정가제 시행의 목적 중 하나였던 지역서점의 활성화도 긍정적인 신호가 잡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도서정가제 시행 100일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25개 주요 지역서점에서 9개 서점(36%)의 매출이 증가했다. 15개 서점(60%)은 매출의 변화가 없었고, 1개 서점만이 줄었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납품이 지역서점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비록 도서정가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서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물론 긍정적 신호만 있는 건 아니다. 발행 종수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3개월 동안 7.9% 줄었고, 책값에 예민한 신학기 학습참고서의 경우 3.9%나 뛰어 학부모 가계부담을 늘렸다.
그럼에도 이번 도서정가제 시행 결과는 출판시장과 문화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았다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국민독서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서 독서진흥의 첫 걸음은 동네서점을 살리는 것이다. 동네서점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융성의 접점이 될 수 있다. 현재 부분도서정가제가 규정하고 있는 15%의 마진이 확보된다면 동네서점을 창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설지 모른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술파는 서점’ 얘기는 잠재시장을 보여준다. 출판은 사향산업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트렌드 산업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다름 아닌 프랑스처럼 완전도서정가제로 나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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