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큰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토지시장과 일부 수익성 부동산 시장까지 우상향(右上向)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번의 부양책에도 좀 처럼 살아나지않던 수도권과 서울의 조차 2월 주택거래량이 각각 3만7502건,1만2990건으로 2006년이후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이번 해빙은 90년대나 2000년대 집값 회복기에 나타난 현상과는 사뭇 다르다. 예컨대 거래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커플링(coupling)현상이 생기는게 기본 생리다. 하지만 지난해 100만건 이상 거래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1.7% 상승에 그쳐 가격이 안정적이다. 강남에서 발화돼 수도권, 지방권으로 확산되던 과거 투기적 관례도 사라졌다. 되레 지방과 수도권 주변 지역에서 훈풍이 불고 있다. 주택 유형도 중대형 아파트 중심이 아니라 소형 아파트, 연립, 빌라 거래가 활발하다. 이같은 이례적 현상은 거품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 계층이 시장에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수요의 매수와 분양 촉발의 원인은 전세난이다. 전세값 상승과 매물찾기에 지친 전세 수요가 이른바 자가(自家) 수요로 급전환, 시장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대 초저금리에 목마른 임대 목적의 수익성 부동산 수요까지 가세, 견조한 실수요 중심의 시장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인한 전세난 심화와 정부의 자가주택지원책 확대, 기준 금리 인하 등으로 당분간 실수요 중심의 매입 및 청약이 지속되면서 시장 탄력이 더욱 튀어 오를게 분명하다. 주택에 이어 후행 주기로 움직이는 토지시장 역시 임대수익을 고려한 다가구, 게스트 하우스 등의 신축이 늘어나면서 시장회복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수백대 1에 달하는 일시적 과열청약 등을 문제삼아 인위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더구나 당면한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집이 지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디플레에 빠져드는 우리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가주택지원책 마련을 고려해봐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극히 불리한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저성장과 예고된 미국 금리인상, 수출 불안과 저성장,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 은퇴 등은 부동산 수요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언제라도 재차 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질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전세난은 우리만의 고유 임대방식인 전세가 선진국형 임대시장인 월세로 가는 과도기에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는 임대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임대주택 확대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 모처럼 방향을 잡은 기업 임대 등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원론수준에서 맴돌지 말고 적극 실행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자가시장과 같은 구조속에서 풀려면 과거와 같은 규제 혼란만 되풀이될 뿐이다. 소유와 상속, 증여를 제한하는 세금 규제를 제거, 시장 불씨를 살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 시장안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뭉치돈을 받아들여야 한다. 주식은 차익을 챙겨갈수 있지만 부동산은 쉽지 않다. 모처럼 타오른 불씨를 제대로 살려갈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