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1.75%로 내림으로써 사상 첫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렸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유지됐던 최저 금리의 마지노선(연 2.0%)이 무너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달 전만 해도 금리 추가인하가 가계빚 악화를 부채질하고 금융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는 데 더 주목했다.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돈이 한쪽(부동산 시장)으로만 쏠릴 뿐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그의 의중이었다.
한은이 자체적 판단을 내려놓고 외부 견해를 수용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위중하다는 방증이다. ‘환율 전쟁’으로 불리는 EU(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양적완화 가속화, 그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 우려될 정도의 내수 침체 등이 자칫 저물가ㆍ저성장의 고착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국면인 것이다.
한은이 ‘인플레이션(물가 지속상승) 파이터’라는 본연의 사명을 뒤로 하고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선 만큼 이제 공은 최경환 경제팀과 국회로 넘어갔다. 최경환 팀은 넘치는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도록 하고 실질적인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밀타격식 규제완화 정책을 더 내놓아야 한다. 재정 조기 집행,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국판 뉴딜, 기업의 임금인상 독려 등을 제시했지만 액션플랜이 미덥지 못하다. 지난해 30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고 금리도 두 차례에 걸쳐 0.5% 내렸지만 체감경기를 살리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도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올해는 정치권도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한은이 미지의 길도 가는 것처럼, 이제는 금융·의료·관광 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법 통과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1991~2009년에 136만 개가 감소하는 등 일자리 창출 동력을 상실했다는 통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3, 4월에는 노동시장과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도출되고, 민노총 총파업,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예정돼 있는 등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질 변수들이 많다. 이 시기에 자칫 경제회생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여야가 중재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