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KBS FM에서 공사창립을 기념해 매년 발표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30위가 최근 발표돼 화제가 됐다. 이 리스트에는 한국인이 즐겨 듣는 작곡가와 교향곡이 총망라됐다. 이에 따르면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작곡가는 베토벤이다. 특히 9번 합창교향곡은 1위를 지키며 공고함을 자랑했다. 10위 안에 베토벤은 4곡을 올렸다. 5번 운명교향곡이 2위, 7번 교향곡이 4위, 6번 전원교향곡은 6위에 올라 음악팬들의 ‘베토벤 사
랑’을 입증했다. 베토벤이 변함없는 왕좌를 지켰지만 이번 리스트에서 대세는 구스타프 말러였다. 말러는 30위에 무려 5곡을 올리며 한국인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 중 말러 교향곡 5번이 9위에 올랐으며 12위, 18위 등 줄세우기에 성공했다. 말러 사랑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이 2000년대초 말러교향곡 완주로 일대 붐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난해한 말러 교향곡은 레파토리에 끼지도 못했다. 이 일을 임헌정이 해내면서 ‘말러리아’라는 동호회가 생기는 등 일대 말러 붐이 일기 시작했다. 말러의 인기는 2010년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전곡연주에 나서면서 또 한번 날았다. 이후 내한 연주회를 갖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마다 레퍼토리에 말러를 넣기 시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러의 인기는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구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허무와 비관, 죽음과 부활을 주제로 한 빠르고 긴 아우성과 고요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악적 질서, 그 강렬함에의 이끌림이다. 말러 현상에는 ’베스트셀러 효과‘라는 분위기 쏠림 현상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음악팬들의 말러 사랑은 음악적 지평이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봐도 좋다. 브루크너가 30위에 자리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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