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광화문 광장-유길상]노동시장 구조개혁, 역지사지로 풀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데드라인이 바짝 다가왔다. 노사정 대표와 공익위원들은 3월말까지 대타협에 도달하기 위해 연일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대타협 논의의 출발은 작년 12월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하면서부터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연착륙 등 3대 현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우선 과제에 대해 3월말까지 대타협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가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청년실업과 저출산,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고용 불안, 비정규직 증가, 노동시장 양극화 등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선 등의 현안은 노사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타협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노사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은 헌법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럴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다. 그 동안 노동시장에 쌓인 문제들을 계속 뒀다가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노동계는 경영자의 입장에 서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의 경직적인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유연화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하청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의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할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기업이 더 많은 청년을 고용하도록 하려면 어떤 제도 개선과 노동운동이 필요한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합원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다. ‘기업은 청년을 고용하고, 이 청년은 노조의 조합원이 되며,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협력하고, 기업은 또 다시 청년을 고용하며, 이 청년은 노조의 조합원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노동운동은 생명력을 이어간다.

경영계는 근로자의 입장에 서 보자. ‘어떻게 하면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경영계의 대타협 협상 전략안 맨 윗자리에는 기업이 어떻게 하면 ▷원·하청 관계 등에서 경제민주화를 구현해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고 ▷종업원의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의 질을 높여 고용을 안정시키면서 ▷근로자들이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어야 한다. 기업의 성과를 주주와 종업원, 협력업체와 공유해 대·중소기업이 상생 발전하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한 방안도 있어야겠다.

정부는 대타협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대타협의 과실은 크고 달다. 대타협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은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낸다. 외국 기업의 투자 증가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대타협의 우려도 씻어줘야 한다.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효율화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며 맞춤형 고용·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담대한 방안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실업 우려와 생계 걱정 없는 노동이동’이 가능해야 노사가 큰 안목에서 협상에 임하고 대타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경제사회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우리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노사정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통 큰 양보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굴 대타협을 이뤄내길 간절히 바란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무이며,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