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대통령비서실장, 특별보좌관, 수석비서관의 임명장 및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로써 인사 무능과 닫힌 국정운영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한 청와대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비서실 개편에 때맞춰 박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3자회담을 가진 것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청와대의 쇄신 의지를 반감케 하는 게 여당 세 의원의 정무특보 위촉 강행이다. 현역 국회의원 겸직 논란을 빚어온 새누리당의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의 정무 특보 위촉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정무 특보를 청와대에 신설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여야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친박계 의원 3명을 임명한 것은 대통령 주변에 ‘친박산성’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원내 대변인은 “국회법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원 겸직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대통령 특보가 된다면 국정감사나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무특보가 의원겸직 금지의 예외 사유가 되는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친박성향 의원들 중심인 정무특보단 운용은 결코 소통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당초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도 당ㆍ청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자주 만나 대화하면 된다며 정무특보단 신설에 반대했다. 이미 당ㆍ정ㆍ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정무특보단을 가동하면 지도부가 무력화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의 개인참모격인 특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때 청문위원으로 나서 대통령이 내정한 장관 후보자 통과의 들러리를 서는 것을 봐야하는 국민들의 시선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윤상현 정무특보가 지난 11일 홍영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검증 이랍시고 형식적 질문을 하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사방에서 현역의원 정무특보단의 부절적성을 지적하고 있는 데도 박 대통령의 귀에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9주만에 40%대를 회복했다고 한다. 주한 미국대사 피습에 따른 보수 지지층의 결집효과 덕분일 것이다. 이런 반사효과를 지지율 회복의 자신감으로 삼아 친박의원을 정무특보단에 앉혔다면 이보다 큰 착각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