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장장 7시간여에 걸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끝장토론’을 벌인게 1년전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쓸데 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할 암덩어리”라며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큰 죄악”이라고 선언, 국민은 물론 기업들의 기대치를 잔뜩 키웠다. 신사업 창출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생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줬다. 집권 2년차 경제 살리기의 모멘텀을 규제개혁에 두고 한 번 물면 놓치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반드시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난 시점에서 받아든 규제개혁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당초 정부는 1만5000 여개의 전체 등록규제를 2016년까지 20% 줄이되 우선 경제관련 규제 1만1000개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10%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발표했었다. 이 때 제시한 목표대로라면 작년말까지 경제활동규제를 1100건 줄여야 했지만 실제로 줄어든 등록규제는 227건에 불과하다. 전체 40개 정부부처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등 15개 부처는 소관 등록규제 규모가 작년말까지 하나도 줄지 않았고 심지어 5개 부처는 규제가 늘어났다. 세월호 사태로 안전 관련 규제가 늘어난 국민안전처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부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풀렸다는 규제들도 ‘좁쌀’ 수준이다. 작년 9월부터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신용카드를 통해 납부할 수 있게 된 것이나 법조윤리시험 답안 작성시 수정테이프 사용을 허용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아이콘으로 불렸던 푸드트럭이 영업장소를 찾지 못하고 공원 여기 저기를 맴돌다 급기야 대학 캠퍼스로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당국의 어설픈 탁상행정이 서민 생계를 도와주기는 커녕 무력감만 키운 꼴이 됐다. 폐지된 규제들은 실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작은 규제들이 많은 반면 신설되는 것은 기업과 경제활동에 부담이 되는 대못 규제가 많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기업의 중심의 제조업은 고용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새 일자리를 늘리는데 효과적인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법률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다 보니 청년들의 신음소리만 드높아간다 청년실업률이 11.1%로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15년전 수준에 도달했다. 청와대가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항변할 때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 풀 수 있는 규제혁파는 속도를 더 내야 하고 국회도 시급성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