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SK건설의 담합 행위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부과 처분을 내린 기업에 대해 검찰이 미진하다며 고발을 요구해 원점에서 수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주무부처의 징계처분을 다른 정부 기관이 제동을 걸고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1996년 검찰의 고발요청권 제도가 도입됐지만 활용 사례가 극히 드물었고 2013년 7월 검찰과 감사원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뒤에도 일선 지검장이나 수사 검사 수준의 비공식적 요청만 있었을 뿐 검찰총장 명의의 공식 고발요청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10년 4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 담합에는 SK건설 외에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11개 업체가 가담했다. SK건설은 동진3공구(낙찰가 1038억 원)를 따냈고, 현대산업개발과 한라건설은 각각 동진5공구(1056억 원)와 만경5공구(746억 원)를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SK건설에 22억6400만원 등 업체들에 과징금 9억6000만∼34억58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처벌이 약하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애초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준 것은 담합 등 시장질서를 헤치는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공정위가 책임지고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 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행정제재(과징금)와 검찰의 형사제재가 겹치는 이중처벌을 막는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무분별한 고발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담합에 관한한 ‘경제 검찰’ 공정위의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오히려 권한 남용이 지적될 정도다. 최근 정유사 4곳에 과장금 4300억원을 부과한 행정제재가 대법원에서 취소되는 등 공정위의 패소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잘 말해준다.
검찰이 방수제 담합 사건의 공소시효(4월25일)가 한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사상 첫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완구 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선언 이후 느닷없이 불거져서다. 예전 같으면 과징금으로 끝날 일이 포스코 발 사정정국에 휩쓸려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면 당하는 기업 입장에선 이보다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실적쌓기에 급급해 해묵은 사건까지 들춰낸다는 비판을 받게되면 부정부패와의 싸움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고발요청권은 대어를 잡을 데 쓰도록 아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