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두 분 모셔 보셨어요. 없으면 말하지 말고~” 뒤에 이어지는 “에~휴” 긴 한숨.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사석에서 최근 금융권 화두로 떠 오른 금융개혁과 관련해 한 말이다. 한 쪽에선 하라고 채찔질하고, 다른 쪽에선 그러면 혼난다고 윽박지르는 통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할 때가 많다는 푸념이다. 두 시어머니가 맘잡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한 게 한 두번도 아니어서 이젠 쉽사리 믿지 못하겠다는 토도 달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공개일정으로 금감원을 잡은 데 이어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라는 액자를 전달하면서 ‘치매에 걸린 두 시어머니’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간 2인 정례 회의, 실무조직 간 정례회의 등 협의채널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커져가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가 금융정책ㆍ감독권을 가져온 이후 촉발된 양 기관간 헤묵은 갈등이 모처럼 해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푸념처럼 양 기관간 엇박자는 시장에 혼란을 주기 일쑤였다. 수수료 체계, 영구채, 위안화예금, 기업구조조정, 가계부채, 자산운용사 규제ㆍ검열 등 양 기관간 엇박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폭주하기만 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MB정부 말기인 2012년 11월 어느 일요일. 당시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위 국장들과 금감원 부원장들을 비상소집하며 양 기관간 엇박자를 수습하려 했지만 악수 한 번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지난해엔 KB사태라는 몸통은 하나인데 ‘금감원의 중징계 사전통보→제재심 경징계→금융위 중징계’로 갈팡질팡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았다.
금융시장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이 적절하게 작동해야 한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금융시장은 쉽사리 망가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재갈을 물리라는 말도 아니다.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견제와 조화라는 법칙이 적절하게 작동해야 엇박자 논란도 재갈 물리기 논란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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