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7일 프랑스 샤를드골공항 테제베(TGV)역에서 북해 쪽으로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북부의 작은 도시 뚜르꾸앵(Tourcoing). 그날 밤 촉촉이 내린 겨울비는 여행자의 지친 마음을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토양학자가 그 낯선 곳에 왜 갔을까? 답은 토양에 있다. 거기서 원면 목화의 질소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하여 유기농 면(綿)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분석법을 신규규격(NWI)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했다. 필자는 유기농산물 인증에서 화학비료의 사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인류 문명은 지속 가능할까? 기후변화는 항상 그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에서 시작하며, 탄소에 의해 지켜진다. 토양은 대기가 갖고 있는 탄소량의 약 4배를 저장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탄소를 관리하는가에 따라 탄소 균형은 기후변화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유기 농업을 제대로 실천할 때 균형의 추는 기후변화를 늦추는 쪽으로 기운다. 나는 지금도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면 옛날에 보았던 ‘미래소년코난’이라는 만화영화를 떠올리곤 한다. 인류문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미래의 도시 ‘인더스트리아’에서 살아가는 ‘코난’과 ‘라나’. 그들에게 화석연료는 미래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는데 꼭 필요했던 불씨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후세를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유기부산물 자원을 제대로 토양으로 돌려보내야 하며, 토양으로 돌아간 탄소는 가급적 오랫동안 토양에 머물러있게 해야 한다. 유기농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가치사슬의 양쪽 끝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버렸다. 다가오는 자유무역협정(FTA)시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수입유기농제품은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유기농 제품을 판별하는 분석기술은 적어도 위의 질문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는 탄소 순환의 길을 터준다. 나아가 우리 경제에 탄소감축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를 준다. 이번에 신규규격으로 제안한 핵심기술은 비단 원면 목화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유통 및 물류ㆍ가공과정의 이력을 추적하는데도 적용 가능하다. 질소동위원소지표에 의해 이력을 인증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믿고 고를 수 있는 기쁨을, 생산자에게는 환경을 지속 관리한다는 자부심을 줄 것이다. 이 기술로 인해 올 여름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로 푸드 서밋 2015’에 초청받아, Food Forensic 분과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통칭할 수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지금도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늦출 수 있는 안전하고 과학적인 방법은 바로 토양이 지닌 탄소의 기능과 용량을 활용하는 유기농업이다. 토양은 ‘자연’이라는 교향악단과 교감하는 지휘자로, 거대하고 예민한 손끝을 통해 물질의 흐름을 제어하며 지구의 평균율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일지 몰라도,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미래 어느 때에 이러한 인증법이 필요 없어지는 사회가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