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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윤지원]금연구역 역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
도심 도처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를 볼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각종 시설과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때문이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도심 곳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다 보니 마치 국시가 금연이라도 된 마냥 붉은 표지가 도심을 점령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금연구역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잠실 놀이공원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의 금연 문제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놀이공원에는 흡연구역이 딱 1곳 밖에 없다.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는 밀폐된 실내 놀이공원인 만큼 흡연을 금지하면 그만이겠지만, 수만 명이나 이용하는 대중시설까지 흡연자들의 고충을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공시설의 금연구역 지정을 의무화하면서 흡연구역 지정이나 흡연실 설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현재의 정책운영에 문제가 있다. 건물주나 시설 관리자들은 흡연구역 설정에 관한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보니 별도 비용을 들여 흡연실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흡연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길거리나 도심의 후미진 지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흡연공간 마련은 안중에도 없이 금연구역 설정과 흡연자 과태료 부과에만 열중하는 정책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3년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으로 인한 따른 과태료 부과가 15억원을 넘었다. 특히, 올해는 담뱃세마저 배이상 올라 정부의 금연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국민건강 보호에 앞서 징세에 대해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엄격한 금연구역 설정 못지않게 청결한 실내외 흡연구역과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건물 내 후미진 곳에 마지못한 듯 설치해 놓은 ‘흡연실’에서 각종 쓰레기더미와 함께 흡연을 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서인지 지난해 3월 ‘금연건물 내 흡연구역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 됐다. 무작정 금연구역을 늘리다보니 도로변이나 뒷골목으로 내몰린 흡연자로 인해 비흡연자들의 건강권 침해는 물론 담배꽁초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취지에서다. 사실 흡연구역은 별도의 공간 확보와 환기설비 설치 등의 비용 발생을 수반하기 때문에 의무화하지 않고서는 적용의 한계가 있다.

금연 확대를 위해서는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정책의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흡연자들의 행동변화를 끌어내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강압적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천박해 보일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담배판매를 허용하고 흡연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을 징수하면서도 마치 ‘흡연가 죄인’인 것처럼 계도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이다. 정부가 흡연을 영구적으로 불법화할 계획이 없다면, 흡연자들을 도시에서 몰아내려는 듯 한 지금의 금연정책보다는 흡연자들 속에서 비흡연자를 진정으로 보호하려는 균형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를 위한 선진화된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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