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조선업에 강한가?

조선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조선(造船)업에 강한 것은 우리가 조선(朝鮮)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의 유희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조선 DNA 피가 흐른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조선업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이 필요하고, 최고 품질의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철강업체가 꼭 있어야 한다. 또 저렴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최대 3000여개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있다. 조선 DNA 피가 흐르는 엔지니어들은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있고 지혜롭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의성’이 있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이 높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에 위기가 닥쳤다. 지난 2월 23일 OECD는 한국 조선업이 금융위기로 수익성ㆍ유동성이 타격을 받아 “이제 심각한 시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저가 공세를 하는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일본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선업 부활을 위해 선박 가격의 80%까지 1%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일본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배 75.9%나 증가했다.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왜 파격적인 선박금융을 지원하면서까지 ‘일본조선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섬나라는 해상 무역을 통해 국부를 축적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업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인 것이다. 우리도 북한 때문에 ‘원치 않는 섬나라’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 된 것도 세계 1위 조선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위기는 기회다. 조선업 르네상스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우선 조선(造船)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1위에 심취해 중국과 일본의 저력을 너무 얕잡아 봤다. 지난 금융위기로 우리 조선업계가 군살을 뺀 것은 무엇보다 다행이다.

둘째, 정부는 위기의 조선사들의 고충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빅3 외에도 3000여개에 달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고충을 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선소들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선박관련 업체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우리 엔지니어들을 불러 들여야 한다. 조선업도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의 뛰어난 조선 엔지니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충분한 동기부여가 제공돼야 한다. 식상한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이 미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IT기술과 조선업, 두 산업의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 두 산업의 융합이야 말로 중국과 일본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