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130개 공공기관이 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직무 능력 중심 채용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채용 전형 때 출신 대학 등 ‘스펙’을 묻지 않고 삼성그룹 입사시험처럼 직무능력을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체득하고 있는 지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이들 공공기관은 올해 서류 전형과 면접에 직무능력 중심 채용 방식을 도입해 30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새 채용방식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따르게 된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797개 직무별로 표준화한 것이다.
상당수 민간 기업이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입사 문턱이 높은 공공기관이 여기에 가세한다면 취업에 들이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바람직하다.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학점, 토익, 각종 공모대회, 해외봉사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졸업 이후에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만드느라 취업을 미루는 현실이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는 스펙 비용으로 1인당 4269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비용을 지출하고 힘겹게 취업에 성공해도 직장 적응에 애를 먹는다. 경총에 따르면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에 19.5개월과 6088만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 허수 지원자가 많이 줄게 되면 채용과정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대부분의 제도나 정책이 그렇듯 직무능력 중심 채용에도 양면성은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스펙’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직무 관련성이 높은 경력과 업무역량을 증명하기 위해 또다른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경험 등을 우대하다보면 경력자에 비해 신규 구직자들이 불리해진다는 불만도 있다. NCS를 통한 직군, 직렬, 직종 등의 세분화로 취업준비생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전공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줄어 취업문이 오히려 좁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와 지적을 감안해 구직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새 채용방식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무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가 뿌리내리려면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교육을 등한시 한다면 채용방식을 이리저리 바꿔봐야 백약이 무효다. 대학들도 기업 현장의 요구에 맞춰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