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진출한 지도층 인사의 재산은 형성 과정과 공개 범위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처신과 정책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고위공직자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여부를 과도할 정도로 따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국회의원, 법관, 고위공무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 고위공직자 2302명의 지난해 재산을 일제히 공개했다. 이들의 평균 재산은 15억3400만원으로 10명중 7명이 전년도보다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은 292명 중 무려 81.8%인 239명의 재산이 늘어 눈길을 끌었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국민 삶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들은 딴 나라 사람처럼 보인다는 해묵은 비판이 나올만 하다.
재산 규모는 관리와 상속, 증여, 평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고위 공직자라고 해서 재산이 늘어나는 걸 무턱대고 의심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순리대로, 정상적인 재산 증식이 아니라면 문제는 다르다. 특히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산 증식의 배경이 됐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이 재산 형성의 정당성을 먹칠하고, 정책 수립 및 집행에 갈등과 논란이 증폭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라면 재산증식 과정의 합법성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그 결과에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 때 마다 제기되는 신고 기피 의혹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이번에도 전체 국회의원의 37.3%에 해당하는 109명이 부모나 자식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원의 42.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30%가 가족 재산 고지(告知)를 거부한 것이다. 물론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독립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할 경우 직계 존속과 비속 재산의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가족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배려다. 하지만 이를 합산 신고할 경우 재산규모가 불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악용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위법여부를 조사할 수단도 없는 마당에 계속 고지 거부를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직자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일정 직급이상은 직계 존ㆍ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옳다. 수치에 의심이 가는 대목은 제도 개선과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한다. 그래야 국가와 지도층을 믿고 정책을 신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