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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반토막 실적에도 회장 연봉 더 챙기는 금융지주사
주춤하던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고액연봉 행진이 다시 이어지는 모양이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CEO 연봉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여론의 호된 비판에 이사 보수한도를 하향조정했다. 그러다 감시의 눈초리가 잠시 소홀해지자 한도를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30억원이던 이사보수 한도를 45억원으로 올렸다. 하나금융은 5만주로 줄였던 성과연동 주식보상 한도를 7만주로 원상복귀시켰다. 지방에 근거를 둔 금융지주들도 이사보수 한도를 5억원 가량 늘렸다. 이사보수 한도는 연봉 1억원도 안되는 사외이사들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대표이사 회장에게 돌아간다.

주요 금융지주 CEO의 2013년도 연봉은 성과연동 주식을 포함해 대략 30억원 안팎이었다. 휴일을 빼고 계산하면 일당이 1000만원 정도로 웬만한 직장인 몇 달치 월급을 하루에 받아간 셈이다. 지난해도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KB, 신한, 하나, 한국씨티 4개 금융지주 회장들은 상반기에만 평균 16억원을 챙겼다. 그런데 이게 적다고 이들의 연봉을 이전 수준으로 높이겠다니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것이다.

물론 금융지주 회장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덮어놓고 탓할 일은 아니다. 성과를 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챙기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고액 연봉에 걸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은행권 경영실적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순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한창 잘나가던 2007년 15조원에 비하면 반토막이다. 그 바람에 지금 은행가는 구조조정의 한파가 거세다. 신한은행은 올들어 310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범위를 일반직원까지 확대하는 실정이다. 인건비를 줄이려면 직원들만 닦달할 게 아니라 CEO 연봉부터 삭감하는 게 순서 아닌가.

미국 월가에는 수백억원의 연봉을 챙기는 금융CEO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투자 성과와 경영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그러다 투자에 실패하거나 경영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면 한 푼도 못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우리의 금융지주 회장들은 투자와 경영 책임을 묻지않는 단순 관리직이다. 일반근로자 평균의 100배 가까운 천문학적 연봉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도 경영실적이 반영되는 금융지주 CEO 보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그 적정성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우리 금융 경쟁력이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을 면하려면 CEO 보수 체계부터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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