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다. 미국과의 관계 등 외교적 고려와 아시아 역내 인프라 투자 활성화등 경제적 실익 사이에 반년 넘게 저울질한 결과다.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가들이 AIIB 참여를 결정하면서 강력히 견제해 온 미국이 한발 물러서는 국제기류 변화가 정부의 결정 부담을 한층 덜어 준 셈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으로 다소 불편했던 중국과 호흡을 함께 한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호흡을 함께하는 이른바 보미경중(保美經中) 행보는 우리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북핵을 머리에 얹고 살아야하는 분단의 현실과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경제 성장의 동력 확보라는 두 길을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참여 결정은 한ㆍ중자유무역협정 체결,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은 세번째 중국과의 초대형 경제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부터는 AIIB 참여에 따른 실리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 AIIB는 우리가 창립 단계부터 참여하는 첫 국제금융기구다. 그런 만큼 글로벌 금융외교 영역이 확장되는 효과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AIIB에서의 발언권도 더 높아지게 됐다.
AIIB가 비록 중국 주도의 국제 금융 기구이라 하지만 실제 가동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적지 않다. 당장 우리와 친숙한 아시아 지역의 대형 인프라 투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참여 기회가 많아질 게 분명하다. 1970년대 이래 우리 기업들은 아시아권의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활발히 참여했고 함께 경험을 나눠온 터라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출하는데 중동 붐과 함께 큰 활력소가 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북한 진출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회간접자본이 절대 부족한 북한이 AIIB 자금을 끌어들여 개발에 나서면 국내 민간 기업 등의 참여 확률도 높아진다. 민간차원의 남북 교류활성화는 물론 북한의 개혁 개방에 미치는 우리의 영향력도 지금보다는 한결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AIID지배구조개선에도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중국의 독점적 지분을 낮추고 우리의 지분을 높일 때 발언권이 강화되고 우리 몫을 온전히 찾을 수 있다. 최대 한도의 지분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종 협상에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