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캄보디아,미안마 등 제3세계의 사회인프라 개발과 관련하여 모니터링을 할 기회가 있었다. 피부로 다가온 가장 큰 느낌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한 자금조달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자금조달의 규모와 전문인력이 부족한 동시에 투자심사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으며 심사후 진행속도 역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인프라 투자 타이밍의 실기와 자금유치를 위한 사업타당성 조사에 지나친 에너지를 소비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ADB의 자금조달 역량을 살펴보자. 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806조6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으며, 투자 수요에 대한 세계은행(WB)이나 ADB 같은 기존 기구의 자금 공급 여력은 약 1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야말로 ADB의 보완 및 대체재에 대한 글로벌 니즈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를 설립하고, 최근 대한민국이 예정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정부의 참여결정 발표문에 명시되어 있는 참여취지는 아시아 지역의 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의 활성화이며, 이는 중국의 AIIB의 설립취지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표면적으로 자금조달 활성화의 관점과 건설,통신 등 아시아 지역 대형 인프라 연계 비즈니스 개발 관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다자개발은행의 특성상 지속가능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및 개발 논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AIIB의 성공을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AIIB의 경영의 투명성이 철저히 확보되어야 한다. 그 동안 국제 사회에 중국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우려감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예상되는 AIIB 지배구조상 중국의 대주주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현재 중국 내부 공공기관들이 보여주고 있는 부정과 부패의 조직문화 및 경영의사결정 시스템은 참여국들에게는 가장 큰 경영리스크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은 견제와 균형의 내부통제(Internal Control)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지배구조의 프레임워크를 세우고 공유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AIIB의 수장을 중국이 아닌 기타 국가에서 뽑는 것도 상징적으로 필요하다. 지분의 논리가 아닌 일선 경영에서 AIIB의 취지에 맞는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를 참여국들의 충분한 협의와 동의 하에 선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AIIB는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인류가치 지향의 비전과 미션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즉 중국은 AIIB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지역 내 메콩강 주변의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우 현재 정치적으로도 미국,중국,EU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만약 중국정부가 AIIB의 투자승인을 무기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중국은 AIIB 설립 취지에 맞는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인프라 개발을 통한 아시아의 경제개발 및 사회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에 비로서 국제사회에서 지속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철저히 서비스 지향적 경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기존 ADB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 취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는 높은 진입장벽과 집행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 AIIB는 아시아 및 나아가 세계 경제발전 및 사회복지 가치 증진에 이바지 할 것이며,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 및 서비스 지향적 경영메커니즘 속에서는 AIIB의 지속 가능 성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