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는 30일 원내대표 협의를 거쳐 실무기구를 새로 만들어 쟁점사항에 대한 추가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고통분담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절대적인 시간부족으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지금 같은 식이라면 실무기구를 구성해 추가로 논의하더라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장에 또 연장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활동시한(28일) 마감 3일 전에야 벼락치기 하듯 자체안을 내놓은 야당과 공무원노조는 시간부족을 탓할 자격이 없다.
지난 2007년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무원노조와 교섭을 한 뒤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만든다면 50년 걸려도 안 된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적자 문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그동안 수차례(1995년 2000년 2009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미세조정만 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의 연금보전 적자 규모는 올해 3조원에서 내년에는 3조7000억원, 2017년에는 4조3000억원, 2018년에는 5조원으로 눈덩이처럼 확대된다. 이 모두가 개혁 대상인 공무원이 개혁 주체로 행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야당의 처신이다.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도 못자랄 판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며 이들의 주장에 맞장구치고 있다. 문 대표는 29일 취임 5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제대로 확보해 나가는 데서 그치지 않겠다”며 “공무원 연금개혁이 끝나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조정,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재정과 미래 세대 보다는 눈 앞의 공무원 표심에 영합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됐다.
미덥지는 않지만 실무기구를 가동할 요량 이라면 여야 개혁안과 김태일안, 김용하안 등 전문가들의 중재안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집중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합의안을 국회 연금특위로 넘겨 5월2일 데드라인까지 개혁입법이 이뤄지려면 한 시가 급하다. 여야는 공무원노조를 최대한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되 안되면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에도 ‘찔금 개혁’에 그친다면 두고두고 후환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