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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정태인]알고 보면 가까운 나라, 투르크메니스탄
유라시아 내륙 카스피해 동안(東岸)에 카라쿰 사막이 있고,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투르크메니스탄은 사막의 일부인 49만㎡를 점령하고 있다. ‘투르크멘’은 종족 이름이고 ‘스탄’은 땅을 뜻한다. 소유 의미의 조사 ‘이’가 중간에 삽입돼 ‘투르크메니스탄’이라 불린다. 투르크멘은 투르크계의 일파인 오구스족의 한 갈래다. 오구스족에서 분가해 성공한 나라가 터키다. 요즘은 터키가 큰 형님 행세를 하고 있다.

카라쿰 사막은 투르크어로 검은 모래사막이란 뜻이나, 실제로 검은 게 아니라 투르크멘 종족의 북쪽을 지칭하는 색이 검은색이라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흑해도 사실은 ‘카라 데니스’란 투르크어를 번역한 이름인데, 이 또한 터키에서 보면 북쪽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쪽을 의미하는 색이 붉은색인데, 그래서 과거 오스만 제국하에서 이집트와 사우디 반도 사이의 바다에 ‘홍해’라는 이름이 붙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투르크계에서는 북(北)=흑색, 남(南)=적색, 동(東)=청색, 서(西)=백색 등으로 색이 방향을 나타낸다. 재미있는 것은 고구려 사신도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북에 현무가 있고, 남에 주작이 있으며, 동에는 청룡이, 서에는 백호가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마르칸트 고벽화에 고구려 사신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구려는 기본적으로 몽골계 민족이 주류다. 신라 기마상의 군인이 투르크계라는 학설도 있으니, 한민족의 뿌리가 몽골계와 투르크계의 혼혈이 아닌가 생각된다. 투르크계의 서쪽 끝에 위치한 터키에서는 말 타고 활 쏘는 모습의 그림을 대표적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역시 고구려 고분에 나오는 수렵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러한 데자뷰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역의 투르크계와 극동의 몽골계는 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상을 준다. 분단이후 한국과 교류 없이 지내다 보니 상당한 단절이 생긴 것이다.

한국은 1950년대 내전을 치르고, 그 폐허 위에서 세계적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시장경제 경험이 전무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산업시설 전환 및 재개발도 필요하며,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사례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이 귀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한국은 세계열강이 아니면서도 오래전부터 이 지역과 공유해 온 유대감이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한국에 대해 오랜 이웃 또는 형제 같은 동질성을 느끼고 있고, 나아가 부담 없이 각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들이 여타 국가와 비교해 한국이 가진 장점이다.

한국은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 또는 다변화 정책에 편승해 가스 케미컬 플랜트 건설, 수도 및 지방도시 개발과 재개발, 항만 및 수송망 확충 등의 사업에 참여코자 한다. 그 과정에서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역사ㆍ문화적 공감대 재발견 노력의 동반이 요망된다.

과거와 현재를 미래와 연결하는 종합적이고 창조적인 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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