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이 첫 발을 내디뎠다. 방위산업청은 KF-X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공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도입한 지 40년이 다 돼가는 낡은 F-4와 F-5 전투기 120대를 최신형 주력인 K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우수한 기종으로 모두 대체하게 된다. 2025년까지 개발을 끝내고 2032년 전력화하게 되는 신형 전투기에는 적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 등 최첨단 전자 장비가 탑재된다.

KF-X 사업 성패의 관건은 단연 기술이전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엄청나다. 개발비만 해도 8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며 양산비용까지 합하면 18조원에 이른다. 한 해 국방예산의 40%에 달하는 규모로 건군(建軍) 이래 최대 무기 개발 사업이란 말이 나올만 하다. 이 정도 비용이면 잘 만들어진 전투기를 사오는 게 싸게 먹힐 수도 있다. 그러나 비싼 값을 치르고, 품을 들여가며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전투기 제조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기술이전·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의 기술을 KAI가 전수받는 것이다. 록히드마틴도 기술 이전을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방심 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투기 핵심 기술 이전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 사업 전체가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약속도 단단히 받아둬 한치의 오차 없이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기껏 돈을 들여놓고 우리는 껍데기만 만들고, 알맹이는 다른데서 가져오는 일이 생긴다면 이 사업은 하나마나다. 시간과 돈이 더 들더라도 반드시 핵심기술을 가져와야 한다.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사업의 투명성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 마련이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비리로 방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더욱이 수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항공기는 전자시스템이 하나만 잘못 작동해도 먹통이 된다. 비리로 인해 이런 일이 생긴다면 세금 낭비는 물론 전투력은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이적행위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KF-X 사업이 국민적 기대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단 한 점의 비리도 있어선 안된다. KAI와 방위사업청, 공군과 군수산업 관계자 등 모든 사업의 주체들이 한층 더 경각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