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논의가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다 결국 합의 시한(31일)을 넘겼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박병원 경총회장 등 노사정 최고위층 ‘빅4’가 1일 새벽까지 협상을 벌이며 합의문 작성에 안간힘을 썼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로써 길게는 6개월(작년 9월 차관급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발족), 짧게는 3개월(작년 12월 장관급 노사정위 본위원회 가동) 동안 진행된 노사정 협상이 ‘빈 손’으로 끝날 위기에 놓였다.
노사정은 통상임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3대 현안에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 대책이나 저성과자 해고와 같은 고용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따라 노사정이 하루, 이틀 새 합의에 이르더라도 견해 차가 큰 사안은 빠지는 낮은 수준의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은 외환위기 이후 17년간 유지된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데 공감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것이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만하다. 그런데도 시한내 대타협에 실패한 것은 각자가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규직의 정리해고나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은 고용안정성을 해친다며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한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실업급여 개선 등 사회안전망 확충 이라는 ‘당근’을 내놓겠다고 해도 들은 체 만 체다. 경영계는 기업이 비용을 더 부담하라는 요구에 예민하다. 예컨대 기간제(계약직) 근로자가 정규직이 안 되면 이직수당을 주고,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주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하나같이 기득권을 지키는 쪽에만 집착하고 있다.
대타협은 다른 말로 하면 ‘기득권 내려놓기’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등 유럽 각국이 사회적 대타협에 성공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억제하겠다고 양보했고, 고용자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대신 많은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호응했다. 기득권을 지키면 고용시장이 경직되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이 설 자리는 바늘 구멍처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노동개혁 타이밍을 놓쳐 청년들을 의욕상실의 ‘달관세대’로 전락시킨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