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2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30%대까지 오른 것이다.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 건실하고 믿을만한 야당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문재인 대표의 통합행보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에서 야당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사실 제대로 일하는 것보다 비판하는 것이 훨씬 쉽다. 누가 집권해도 초기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일종의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혼자 애쓴다고 갑자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야당은 반사이익만 챙기면 되는 위치에 있다. 조금만 잘하면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 상황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야당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야권에서는 경기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얘기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30% 중반의 견고한 보수적 지지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통령이 잘하면 잘해서 모이고, 못하면 불안해서 결집한다. 그렇다고 야당에게 불리한 경기만은 아니다. 여당을 싫어하는 60% 이상의 유권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딜레마는 여야 경쟁구조의 불리한 배역에 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임무라면, 잘 싸우는 것이 야당의 미덕인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싸움질만 하는 무책임한 야당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야권에서 늘 하는 얘기가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협력해야 할 때는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싸울 때는 언제이고 협력할 때는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은 야당이 협력할 타이밍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일 년에 수조 원씩 국민의 혈세를 퍼붓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연금 개혁하지 않는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누를 범하는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또한 틀리지 않다.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는 일은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국가의 미래를 챙기는 일에 야당이 앞장서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야당이 집권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추진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과 공무원노조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번에는 입장이 바뀐 듯하다. 야당으로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의당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을 추진했던 경험과 지혜가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적극 협력하고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해야 당연하다. 무책임한 야당이라는 오명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치가 신뢰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장 달라졌다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대표적 사례이다. 정권이 바뀌니 여야 간 입장이 반대로 달라졌다. 국민들이 정략적이라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당이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라면 최소한 정책적 일관성은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서 신뢰가 나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으로서 가능성이 있느냐는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4개의 정권이 실패한 일이다. 정부·여당이 잘 못한 점도 많지만 야당의 반대 또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야당의 적극적 협력으로 연금개혁이 성공한다면 이는 단지 박근혜 정부의 치적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대표의 공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이며,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