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밝힌 ‘2014년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공무원연금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수치상으로 잘 보여준다.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총 국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1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93조3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조3000억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부족분을 메우느라 생긴 부채라는 것이다.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재정운용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나라 빚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그런 정도는 국민들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 노후를 보장하는 데 국가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
부채 총 규모면에서도 공무원연금 적자는 이제 감당하기 버거울 지경이 됐다. 국채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꼭 갚아야 할 부채는 530조원 규모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524조원으로 거의 비슷한 규모로 커졌다. 여기에 군인연금 충당부채 120조원이 더 있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 등의 충당부채 역시 국가부채 총액의 절반이 넘는다.
충당부채는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이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간 국가부채 비교에는 빠져있다. 그러나 이를 산출하는 것은 이미 국제적 추세가 됐다. 자체 충당금으로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세금에서 메워주는 사실상 국가부채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만해도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3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또 내년에는 3조7000억원, 2018년에는 5조원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연금 수령 기간도 더 길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늦어지면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국가 재정이 파탄나거나, 연금 지급을 아예 중단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치권 논의는 개혁을 천명한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이다. 여야 정치권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6일 개혁안을 처리키로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각론에서 여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약속한 기한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개혁을 미적거리는 것은 다음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비겁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