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후보자 접수를 시작으로 정치권이 20일 일정의 4.29 재보선 레이스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구에선 당락을 저울질하는 곳이 나온다. 열세로 지목된 후보자나 정당 관계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것이다. 4.29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치인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향후 정치권의 판세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4.29 재보선을 뛰는 정치인들처럼 요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방송 재승인 심사를 한달 보름여 앞둔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NS홈쇼핑 등 3개 TV홈쇼핑 업체들이다. 이들은 오는 5~6월께 연달아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된다. 현행 방송법상 TV홈쇼핑 사업자는 5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홈쇼핑은 간판을 내려야한다. 그동안 재승인을 받지 못해 퇴출당한 홈쇼핑은 한 곳도 없다. 재승인 심사라는 제도가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공정위가 최근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6개 홈쇼핑 업체에 141억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처분을 내린 직후 방송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미래창조부측에 강력히 제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이례적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강공 드라이브를선택한 것은 잇따라 탈ㆍ불법을 저지르며 사실상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홈쇼핑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는 중소 거래선을 상대로 한 각종 갑질로 비난을 샀다. 심지어 지난해엔 간부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조직적으로 뇌물을 챙기다 줄줄이 사법처리됐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의 중요한 잣대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이다. 재승인을 위한 총점 조건을 충족해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 항목의 점수가 50%를 넘지 못하면 탈락이다.
재승인 심사를 앞둔 홈쇼핑사들이 안절부절하는 이유다. 벌써부터 유통업계 안팎에선 홈쇼핑 1곳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근거없는 괴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정부당국은 탈ㆍ불법을 저질러도 과징금만 부과한채 재승인을 허가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줬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TV홈쇼핑 주변엔 여전히 탈ㆍ불법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번 재승인 심사 때부터 과락제를 도입하는 등 심사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TV홈쇼핑은 올해로 20살 성년이 됐다. 이젠 달라져야한다. 홈쇼핑 스스로 준법질서를 갖춰야하고, 정부도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버려야한다.
홈쇼핑 업계에 탈ㆍ불법을 일삼는 기업은 반드시 퇴출된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적 교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롯데, 현대, NS 등 3개 홈쇼핑사의 방송 재승인 심사가 한달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승인 심사가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TV홈쇼핑을 바로 세우는 첫 단추이길 기대한다. 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