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작년 4분기 보다 11.53% 증가한 5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 증권사 평균 전망치 보다 4000억원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영업이익이 바닥을 친 지난해 3분기(4조600억원) 보다는 무려 45.3%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미국의 애플과 중국 업체의 협공을 받으면서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처음 5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작년 4분기 가까스로 5조원대 탈환에 성공했지만 연말 특수 덕분 이라며 시장 평가는 인색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놓으면서 ‘회복 탄력성’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부분 걷어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은 그러나 아직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휴대폰이 실적 회복에 기여하긴 했지만 그 주역은 여전히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은 작년 4분기 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스마트폰 부진을 메운데 이어 올 1분기에도 3조원 안팎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분기 이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8조원대에 다시 올라서려면 휴대폰 사업의 약진이 필요한 국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6와 화웨이, 샤오미, 레노마 등 중국의 3각 편대에 밀려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22.4%로 주저앉았다. 이제 반격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할 때다. 그 선봉은 역시 지난 3월 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서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6’다. 갤럭시S6가 삼성에 V자형의 가파른 실적회복을 가져다 줄지에 대한 시장 평가는 이르면 향후 2~3주 안에 판명난다. 삼성전자가 9일 한국에서 미디어데이를 여는 데 이어 10일에는 미국을 비롯해 중남미 유럽 등 주요 20개국에서 갤럭시S6ㆍ엣지 제품 판매를 본격 시작하기 때문이다.
갤럭시S6의 성공여부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매출 8조원대 회복에 있지 않다. 세계 기업사에서 삼성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혁신 선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갤럭시S6의 무선ㆍ고속충전 기능은 향후 애플도 따라해야할 정도로 혁신성이 높다는 평가다. 갤럭시S6의 성과는 또 다른 한국 기업을 자극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이같은 창조적 선순환은 한국의 산업구조를 반석위에 올려놓는 토대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분발과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