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장애인의 날을 10여일 가량 앞둔 이맘때면 장애우를 위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언행이 넘쳐나지만, 정작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비행기내에서 장애우들이 얼마나 힘든 여정을 보내는지 사례를 제시했다. 기내 휠체어가 없는 곳이 태반이고, 설사 있어도 기내 이동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다. 한국장총은 외국 항공사에 비해 인색한 국내 항공사들의 기내 장애우 편의시설 미비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첫 제주여행으로 들뜬 지체장애인 A씨. 한 저가항공사의 항공권을 예약한 그는 탑승장에 도착하자마자 어려움에 봉착했다. 기내용 휠체어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바람에 일행 중 한명에게 업혀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예매 당시 기내용 휠체어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는 듣지 못했다. A씨가 항의하자 항공사에서는 기내는 좁아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고 우리는 입구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A씨는 미리 예매해 둔 표를 취소하고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2 한 대형 항공사의 항공기를 이용하게 된 휠체어 장애인 B씨. 탑승수속을 순조롭게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타니 기내에서는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타야한다는 안내를 전해 들었다. 항공사에서 마련한 기내용 휠체어는 팔걸이와 안전벨트도 없었다. 결국 좌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코너를 돌던 중 B씨는 휠체어 밖으로 떨어져 허리와 골반에 큰 부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3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항공기 이용만족도는 62점에 불과하다. 비장애인의 이용만족도 74점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같은 조사에서 장애인의 항공기 이용에 따른 불만족이 가장 높은 항목이 ‘내부 공간과 교통약자 좌석’에 대한 것었다.
기내의 좁은 통로 때문에 휠체어장애인은 기내용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기내용 휠체어를 구비하고 있는 항공사가 드물다. 규모가 큰 대형항공사에서는 기내용 휠체어를 자체적으로 제공하지만, 저가항공사에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휠체어의 규격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위 사례 #2에서 본 것처럼 팔걸이와 안전벨트가 없는 기내용 휠체어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안전벨트와 팔걸이가 있는 휠체어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들에서는 팔걸이와 안전벨트가 없는 휠체어를 제공하는 등 기내용 휠체어의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외국 항공사와 달리 국내의 항공사의 휠체어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휠체어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
장애인의 생활불편 민원사항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해 구성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사무국: 한국장총)은 기내용 휠체어 의무 비치를 통한 이동권 보장과 안전한 기내용 휠체어 규격 제정을 통해 장애인의 안정성 확보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들에 건의했다.
솔루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장애인을 위해 만든 것이라면서 제공도 제 맘대로, 안전규격도 제각각인 휠체어를 누가 믿고 탈 수 있겠는가”라면서 시급한 해결을 촉구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국격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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