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 경제(New Economy)’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공정한 경제 생태계, 사람 중심의 경제철학을 앞세운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주장했다. “경제가 잘못되는 원인은 정치”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말을 인용한 대목에서는 ‘유능한 경제 정당’을 표방한 문 대표의 의지가 신념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진정성도 엿보였다. 그동안 ‘나눌 것을 키우는’ 성장 보다 ‘공정하게 나누는’ 분배에 치중했던 야당 대표가 “성장없는 풍요와 경제정의를 생각할 수 없다”며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진일보한 변화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도 적잖다. 우선 진보의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의 잔영이 남아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의 경제는 성장의 성과를 일부가 독차지하는 것이지만, 새정치연합은 모두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은 특권경제의 수혜자고, 중소기업은 일방적 희생자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그러니 ‘부자감세’는 보이고 근로자 셋 중 한 명은 한 푼의 세금도 안내는 ‘낮은 세원’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선악 편가르기로는 문 대표가 이루려는 공생의 경제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문 대표가 성장에도 유능해지려면 이상론 보다는 현실에 터잡은 정책쪽으로 더 가까이 와야 한다. 새 경제의 핵심으로 내세운 소득주도성장론만 해도 그렇다. 임금상승→가계소비 증가→기업의 투자확대→고용 창출의 선순환 구도는 논리야 나무랄 데 없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 현실에 맞냐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임금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성장 엔진 자체가 꺼질 수 있다. 고용비용이 올라가면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리 만무하다. 노동계는 임금인상을 양보하고, 대신 사측은 노동시간을 줄여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던 독일과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타협과도 거꾸로 가는 길이다.
전날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이 울림이 컸던 것은 자기 진영에다 대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데 있다. 문 대표도 국민적 지지가 큰 연금ㆍ노동시장 개혁을 파행시키고 있는 공무원과 대기업 노조를 향해 동참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가 곧 경제’ 라고 말하기 전에 국회에서 불어터지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새경제는 구체적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