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장관이 직업’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업이 교육부총리’라는 소리를 듣곤했다. 교육정책, 특히 대학입시 정책에 비판적인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도 그는 잘못된 교육정책 탓이라고 보았다. 고교 평준화로 수준별 교육이 안되니 유명 학원이 몰려있는 강남 대치동 등의 땅값이 오른게 된다는 식이다. 또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인력 수요와 대학 인력 공급이 제대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론보다 실습위주의 대학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을 들어야했던 교육부 관계자들의 심기는 불편했을 게 뻔하다. 급기야 국무회의에서 한완상 교육부총리와 그가 ‘교육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이기에 이르렀다. 한 부총리가 기업체 입사서류에 학력란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자 진 부총리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민간기업의 인력 채용까지 정부가 시시콜콜 관여해선 안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무려 ‘30분간’ 격론이 오갈 정도의 중대 사안은 아니다. 평소 진 부총리의 ‘교육정책간섭’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한 부총리의 묵은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진 부총리가 “잘못된 경제정책을 교육에 떠넘긴다”는 전교조의 항의까지 받으며 교육 정책을 자주 언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교육 시장의 급팽창 등 교육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경제 수장’으로서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교육이 바뀌어야 경제도 제대로 굴러간다는 생각의 반영이다.
그로부터 정권이 세번 바뀌었지만 지금도 달라진 건 하나 없다. 대학입시 정책은 여전히 핫 이슈고,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오히려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수시로 바뀌는 대입 제도로 고교 1,2,3학년이 각각 다른 방식의 입시를 치를지 모를 판이 됐다. 당시 7조원 수준이라며 걱정하던 사교육시장은 30조원 규모로 확대돼 가계 최대 지출항목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사교육 부담에 노후계획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가 된 가정이 부지기수다. 진 부총리가 우려했던 대목들이다. 교육은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다.
교육개혁의 요체는 대입제도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쉬운 수능이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해 야기되는 변별력 문제는 각 대학이 맡겨 적절히 보완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당장 ‘본고사 부활’로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지만 그렇게 볼 건 아니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은 말그대로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잣대 정도의 참고자료나 예전 예비고사같은 자격시험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대학은 건학 이념과 인재 육성 방침에 맞는 학생을 다양한 방법으로 뽑으라는 것이다. 수능 점수 1,2점에 대학 서열이 매겨지고, 학생들의 인생이 갈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향이 맞으면 소신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