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고속철도(KTX)가 4월 1일 개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통식에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KTX가 운행한지 올해로 11년째이나 대전 이남 지역은 고속선로가 설치되지 않아 사실상 고속철도라 보기 어려웠다.
이번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최고 1시간 30분여만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비해 1시간 이상 단축됐다. 전국이 본격적인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간 것이다.
1914년 호남선 철도가 개통된 지 100여년만이다. 호남선 철도는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근대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수많은 기차역들이 일제강점기 곡창지역인 호남의 농산물을 수탈해가는 창구로 이용됐다. 6.25 전쟁 당시에는 수천명의 피난민들이 기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모여들었다.
고속철 개통으로 호남선이 새롭게 태어났다. 광주송정역사도 현대식으로 탈바꿈했다. KTX 호남선 1일 이용객도 현재 2만4000명 수준에서 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유발 21조원, 임금유발 4조2000억원 등 25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벌써부터 관광, 물류,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계방안과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왕복 3시간 이동거리는 호남권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거주민들의 생활패턴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주민들의 호남 관광이나 레저, 농어촌 체험활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유적지 연계 관광상품 개발, 남도 식도락 여행, 농어촌 체험관광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일부 우려도 있다. 호남권 주민들이 쇼핑, 의료, 교육 등을 위해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속철 개통은 여객뿐 아니라 물류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지역 농특산물의 수송과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다. 농수산물 분야에서 물류는 유통개선의 핵심과제이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농수산물 유통에서 물류개선은 큰 영향을 미친다. 새벽에 수확한 호남권 농산물이 오전 중에 수도권 식탁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공공기관들이 모여 있는 광주전남 혁신도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호남고속철 개통식 이후 혁신도시를 방문해 “혁신도시가 지역발전과 인재양성의 핵심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혁신도시에 아직 해결해야 할 어려움도 많지만, 고속철도 개통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혁신도시에 조기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어촌공사, 농식품공무원교육원이 이전해 있고, 조만간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이전할 계획이다. 푸드밸리 구축,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농식품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일제의 농산물 수탈로 상처받았던 호남선 철도가 100여년만에 농산물 유통개선과 농식품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거뜬히 해낼 것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호남고속철이 우리나라의 상생과 균형발전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침체된 농식품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