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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성완종 리스트’ 수사 성과 朴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캠프에 있던 윤 모씨를 통해 1억원을 줬다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홍 지사는 자신은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윤씨가 사실상 이를 시인하고 나서자 “누군가 ‘홍준표’ 이름을 팔고 돈을 받아 경선자금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며 한 발 물러났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도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 이야기를 나눴던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대화내용을 캐물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이 한 언론과의 11일자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밝히자 이 보도를 본 이 총리가 당일 오전부터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제 발 저린’ 행동으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이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이“이 총리가 신문 보도를 보고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성 전 회장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보도 내용이 맞는지를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갈수록 커지자 처음에 미온적이었던 검찰이 일요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당장 재보궐선거 최대 악재를 만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검찰 수사에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이 앞장 서 책임지겠다”고 이례적 선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정 당국이 한 목소리로 ‘성역 없는 수사’를 얘기했지만 국민의 귀에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사대상이 될 김기춘ㆍ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은 모두 현직 시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검찰 조직 인사에 깊숙이 간여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현 김진택 검찰총장을 발탁한 당사자다. 검찰이 국민적 의혹 해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사결과를 내놓으면 “내 그럴줄 알았다”며 특별검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대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들이다. 성 전 회장도 당시 새누리당 조직 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건넨 2억원을 두고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했다. 결국 이번 수사의 종착점이 대선자금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연유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최측근인 안희정을 내놓은 것과 같은 결단을 박 대통령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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