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미국 막장 토크쇼로 불리는 제리 스프링거쇼는 40년 장수프로그램으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로 불륜과 틀어진 남녀 주인공들이 출연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 토크쇼인데 수년간 인기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사회자의 역할은 출연자의 신경을 건드려 화를 돋우는 일. 주로 10, 20대 남녀 방청객들은 한바탕 육탄전이 벌어지는 무대를 보며 환호하고 벌겋게 달아오른다. 싸움이 원시적이고 격렬할수록 방청석은 더 뜨거워진다. 청중은 이 난투극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런 난장판은 막장 드라마나 리얼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젠 낯설지 않다. 다만 제리 스프링거쇼는 눈 앞에서 벌어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근 한 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분노 조절에 이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적인 경우와 습관적인 경우로 나뉘는데 고려해야 할 점은 분노도 습관성이란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30초 참기 훈련을 제안한다. 뇌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부분은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변연계로, 진화론적으로는 수백만년 전에 만들어진 깊고 오래된 영역이다. 여기서 충동과 기억, 일곱가지 기본 감정인 화 , 경멸, 공포, 혐오감, 기쁨, 슬픔, 놀람이 생겨난다. 이런 원시적인 감정과 충동을 처리하고 길들이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전전두엽에서 나온다. 인간과 동물을 결정짓는 뇌중의 뇌인 전전두엽은 20대까지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며 평생에 걸쳐서 계속 성숙하고 변화한다. 10대들이 충동적이고 쉽게 감정에 휩싸이는 건 바로 이런 연유다. 전문가들이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게 독서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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